
야구 경기가 끝나면 반드시 승리 투수와 패전 투수가 기록됩니다. 하지만 경기는 자주 보지만 왜 특정 투수에게 승패가 부여되는지 모르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가장 많이 던진 투수가 이기는 것도 아니고, 마지막에 던진 투수가 항상 승리하는 것도 아닙니다. 투수의 승패 판정 기준은 생각보다 복잡하지만 한 번 이해하면 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운이 좋으면 별로 던지지 않고도 승을 가져가고, 잘 던져도 패전 투수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투수 승패 판정에 대하여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선발 투수의 승리 조건 - 최소 5이닝 이상을 던져야 가능
선발 투수가 승리 투수가 되려면 가장 기본적으로 5이닝 이상을 던져야 합니다. 5이닝을 채우지 못하면 아무리 잘 던져도 승리 투수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자기 팀이 이기고 있는 상태에서 마운드를 내려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선발 투수가 6이닝까지 던지고 내려왔을 때 3대2로 앞서고 있었다면, 이후 불펜 투수들이 리드를 지켜서 경기를 이기면 선발 투수가 승리 투수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5이닝 규정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발 투수의 최소한의 책임을 규정한 것이며, 너무 일찍 내려간 투수에게 승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선발 투수가 5이닝을 던지고 리드 상태로 내려왔는데, 중간 계투진이 동점을 허용한 후 다시 역전하면 선발 투수의 승이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선발이 6이닝 3대1로 던지고 내려왔는데, 7이닝에 불펜이 2실점으로 동점이 되고 8이닝에 팀이 다시 득점해서 이기면, 선발 투수는 승을 가져갈 수 없습니다. 이 경우 동점 후 처음 던진 불펜 투수나 승리를 결정지은 투수에게 승이 돌아갑니다. 이런 경우 선발 투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은 잘 던졌는데 불펜이 무너져 다시 타격에서 점수를 내 이겨도 승을 못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발 투수가 5이닝을 못 채우고 내려가면 승리 투수는 불펜 투수 중에서 결정됩니다. 이 경우 가장 효과적으로 던진 투수를 선택하여 승리 투수로 기록합니다. 가장 확실한 선발승은 완투승을 거두면 모든 것이 명확합니다. 9이닝을 혼자 던지고 이기면 당연히 그 투수가 승리 투수입니다. 하지만 현대 야구에서 완투는 매우 드물며, 그만큼 9이닝을 혼자 던지는 자체가 힘든 일입니다.
2. 불펜 투수의 승리 조건 - 동점이나 역전 시 승리 조건 가능
불펜 투수가 승리 투수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경우는 선발 투수가 5이닝을 채우지 못했을 때입니다. 이때는 가장 효과적으로 투구한 기여도가 큰 불펜 투수를 승리 투수로 지정합니다. 효과적이라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으며, 한마디로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잘 던진 투수를 의미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애매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가장 효과적이었는지는 주관적 판단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동점 상황에서 팀이 역전했을 때 마운드에 있던 투수도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7회초에 3대3 동점 상황에서 불펜 투수가 등판하여 7회를 무실점으로 막았고, 7회말에 팀이 득점하여 4대3으로 역전했다면, 승리 투수가 됩니다. 이후 8-9회를 다른 투수들이 던져도 7회 불펜 투수의 승은 변하지 않습니다. 단, 다시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7회를 1이닝만 던져도 바로 이어진 공격에서 점수를 내 팀이 승리한다면, 해당 투수가 승을 챙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마무리 투수는 세이브를 기록할 뿐 승리 투수가 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마무리 투수가 등판할 때는 이미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므로 승리 투수는 이전 투수에게 돌아갑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동점 상황에서 마무리가 등판하여 무실점으로 막고 팀이 역전하면 마무리 투수가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습니다. 불펜 투수들 사이에서 누가 승을 가져가느냐는 타이밍과 운이 따라줘야 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같은 1이닝을 던져도 팀이 득점한 직후에 던진 투수가 승을 가져가고, 그 전에 던진 투수는 승을 못 받습니다.
3. 패전 투수의 판정 - 명확한 판정기준으로 결승점을 내준 투수
패전 투수는 상대적으로 판정 기준이 명확합니다. 경기에서 진 팀의 투수 중에서 결승점을 내준 투수가 패전 투수가 됩니다. 예를 들어 5대4로 지고 있다가 7회에 1실점하여 5대5 동점이 되고, 9회에 또 1실점하여 6대5로 최종 패배했다면, 9회에 결승점을 내준 투수가 패전 투수입니다. 패전 투수 기록은 승리 투수보다는 기준이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경기 결과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투수에게 패배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예로, 선발 투수가 8이닝까지 1대0으로 완벽하게 던지다가 9회에 불펜이 등판하여 2실점으로 역전패를 당하면, 불펜 투수가 패전 투수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선발 투수는 승리도 못 챙기고, 불펜 투수는 세이브 기회를 날리면서 패전이 됩니다. 선발 투수는 잘 던졌지만 승도 못 받고, 안타까운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선발이 초반에 대량 실점하고 내려갔는데, 불펜이 잘 막고 팀이 역전에 성공하면 선발 투수는 패전 투수가 되지 않습니다. 이미 교체되었고 팀이 이겼기 때문에 승패 기록이 없습니다. 하지만 역전에 실패한다면 선발 투수가 패전 투수가 됩니다. 무승부 경기에는 어느 투수도 승패가 기록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연장전에서 역전이 반복되면 승패 판정이 복잡해집니다. 10회에 홈 팀이 역전했다가 11회에 원정 팀이 재역전하고 그대로 끝나면, 11회 수비를 한 원정 팀 투수가 승리 투수가 되고, 11회 실점을 허용한 홈 팀 투수가 패전 투수가 됩니다. 그렇기에 타선이 지원을 잘 받아 승수가 많은 투수와 잘 던지지만 팀 타선 지원을 못 받아 승수가 적은 투수를 동등하게 비교를 할 수는 없습니다.
결론
투수의 승패 판정에는 선발 투수가 5이닝 이상을 던지고 리드를 지켜야 승을 가져갈 수 있으며, 불펜 투수는 타이밍과 타선의 지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됩니다. 패전 투수는 결승점을 내준 투수에게 부여 됩니다. 현재의 투수 승패 시스템이 투수의 실제 기여도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방어율, 이닝, 탈삼진, WAR 같은 다른 지표들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승수는 투수에게 중요한 기록이며, 팬들도 승패 기록을 주목합니다. 투수의 승패 결정 요인이 어떻게 되는지 기본 원리를 이해하되, 승수만으로 투수를 평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 던진 투수가 혼자의 힘으로만 잘 던져서 이기는 것은 아니며, 승리는 팀 전체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