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순위표를 볼 때마다 드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지금 1위 팀이 후반까지 상위권을 지키며 가을에도 웃을 수 있을까. 반대로 지금 꼴찌 팀은 이대로 하위권으로 시즌 끝까지 가는 걸까. 오늘은 KBO 역대 사례와 2026 시즌 현재 흐름을 바탕으로, 개막 초반 순위가 실제 최종 순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정리했습니다.

1. 개막 초반 순위, 얼마나 믿을 수 있나 - 통계로 보는 상관관계
야구 커뮤니티에서 매년 시즌 초반마다 반복되는 논쟁이 있습니다. 지금 순위는 의미 없다는 쪽과 초반 기세가 중요하다는 쪽이 팽팽하게 맞붙는 것입니다. 저도 오랫동안 이 논쟁을 지켜보면서 어느 쪽 말이 더 맞는지 궁금했는데, 역대 KBO 데이터를 보면 생각보다 명확한 흐름이 있습니다. 페넌트레이스 최종 1위, 즉 정규시즌 우승 팀이 최종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할 확률은 상당히 높습니다. 현행 단일 리그 및 와일드카드전부터 단계별로 올라가야하는 포스트시즌 방식이 확립된 1989년 이후 2025년까지, 페넌트레이스 1위 팀이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한 비율은 85.7%로 35번 중 30번 우승했습니다. 페넌트레이스 1위 팀이 최종 우승에 실패한 경우는 1989년, 1992년, 2001년, 2015년, 2018년 총 5번뿐입니다. 페넌트레이스를 1위로 마친다는 것이 시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얼마나 강력한 의미를 갖는지 수치가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개막 초반 순위는 어떨까요. 야구 팬들이 경험적으로 느끼듯, 초반 20~30경기 순위와 최종 순위 사이의 상관관계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KBO는 정규시즌만 144경기를 치릅니다. 개막 후 3~4월에 소화하는 경기는 전체의 약 15~20% 수준입니다. 표본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순위는 어디까지나 참고 지표일 뿐입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선수들의 컨디션 편차가 크고, 외국인 선수 적응 여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6 시즌 현재도 5월 11일 기준 5위부터 10위까지 1게임에서 3.5게임 차이로 혼돈의 순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중위권은 아직 한 경기 차이로 순위가 바뀌는 상황이고, 상위권인 1~4위권도 1.5게임에서 4게임 차이밖에 나지않기에 이 구도는 여름이 지나야 윤곽이 잡힐 것입니다.
| 개막 초반 순위와 최종 순위의 관계 요약 | |
| 패넌트레이스 최종 1위 -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 | 85.7% (1989~2025) |
| 개막 초반 1위 - 최종 1위 유지 여부 | 변동 많음, 절반 이하로 유지 |
| 개막 초반 10위 - 최종 10위 여부 | 반등 사례 다수 |
| 의미 있는 순위 기준 시점 | 60~70경기 이후 (즉 전반기 마감 전후) |
2. 초반 강세가 무너진 팀들 - 슬로우 피니셔의 역설
개막 초반을 압도적으로 달린 팀이 시즌 끝에 웃지 못하는 장면을 한 번씩은 봤을 겁니다. 그때마다 초반은 의미 없다는 말이 나오는데, 사실 저는 이 표현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초반 강세가 무너진 이유를 들여다보면 순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원인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2025 시즌 LG 트윈스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LG는 시즌 초반 개막 7연승 포함 11승 1패를 기록하며 와이어 투 와이어 이야기도 나올 정도로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거침없는 한 달을 보낸 후 주춤하면서 한화 이글스에게 1위를 내줬고, 전반기 막판에는 잠깐이지만 공동 3위까지 밀려나는 등 부침을 겪었습니다. 11승 1패로 시작한 팀이 공동 3위까지 내려간 것입니다. 그런데 LG는 결국 다시 올라와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했습니다. 초반 강세가 무너졌지만 팀의 본질적인 전력이 받쳐줬기 때문에 결국 제자리를 찾은 것입니다. 2026 시즌도 비슷한 장면이 이미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 라이온즈는 개막 2연패 이후 7연승으로 1위까지 올라갔지만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너무 많이 빠진 끝에 7연패 포함 1승 9패로 무너져 내리며 초반에 벌어둔 승패 마진을 다 까먹고 중위권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삼성이 약한 팀이어서가 아닙니다. 구자욱, 김성윤, 이재현, 김영웅 선수 등의 타선과, 5선발 자원이던 좌완 이승현, 불펜에서의 이호성, 육선엽 선수 등 젊은 투수 등 투타에서 주전 자원이 부상으로 빠지고 강민호 선수또한 타격감 부진으로 전체적인 하락 구간에 연패가 집중됐습니다. 팬 입장에서 이런 연패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그 팀의 본질적인 전력이 어느 수준인지를 냉정하게 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상이 원인이라면 회복 후 반등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반면 초반 강세가 전력의 거품이었던 경우는 다릅니다. 외국인 선수가 초반에 반짝 활약하다 적응 후 상대 분석에 무너지거나, 일정상 상대적으로 약한 팀을 많이 만나 초반 승률이 부풀려진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런 팀은 여름을 넘기며 전력의 실체가 드러나고 순위가 자연스럽게 하락합니다.

3. 초반 부진해도 반등한 팀들 - 슬로우 스타터의 가능성
반대 방향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개막 초반에 부진하더라도 시즌 중후반부터 치고 올라와 가을야구를 만끽하는 팀들입니다. 이 장면이 저는 야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4월 꼴찌 팀이 9월에 가을야구 확정을 지으면서 웃는 장면, 야구가 아니면 보기 어렵습니다. 2025 시즌 한화 이글스가 그 예입니다. 한화 이글스는 4월 첫 주까지만 해도 연속 루징 시리즈를 기록하며 이번에도 하위권을 전전하는가 싶었지만, 4월 말~ 5월 초 9연승을 기록하며 20년 만의 단독 1위를 달성하고 이후 12연승, 그리고 시즌 두 번째 10연승을 또 달성하며 1985년 삼성 라이온즈 이후 40년만에 한 시즌 10연승 이상을 두번 기록한 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저력을 보여주며 당당히 상위권에 입성했습니다. 시즌 전 전문가 예측은 4위였으나 최종 정규시즌 2위를 기록하며 전문가 평균 예상 순위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평가를 뒤집었습니다. 전문가들도 예측 못한 반등이었습니다. 개막 초반 꼴찌권에서 놀던 팀이 결국 정규시즌 2위 자리까지 올라갔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습니다. 이 사례만 봐도 4월 순위표로 시즌 전체를 단정짓는 건 섣부른 판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26 시즌에서도 슬로우 스타터가 있습니다. kt wiz는 그동안의 슬로우 스타터 이미지와는 다르게 개막 5연승으로 출발하더니 압도적인 투타 밸런스와 강력한 뎁스 야구로 구단 역사상 최초로 4월을 1위로 마감했습니다. kt가 원래 슬로우 스타터로 유명한 팀이었다는 점에서 이 출발은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반대로 개막 초반 기대와 달리 부진을 겪은 팀들도 있습니다. 5월 현재 중위권에서 뒤엉킨 팀들이 앞으로 어떻게 치고 올라오는지를 지켜보는 것 자체가 2026 시즌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개막 초반 부진해도 반등한 팀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선수층이 두텁고, 외국인 선수가 적응 후 제 기량을 발휘하며, 감독이 장기적인 팀 운용 계획을 흔들리지 않고 유지하는 경우입니다. 단기 부진에 패닉 상태로 빠지지 않고 묵묵히 준비한 팀이 결국 시즌 후반에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개막 초반 부진 - 반등 성공 주요 사례 | |
| 2025 한화 이글스 | 개막 초반 하위권 - 정규시즌 2위, 한국시리즈 진출 |
| 2025 LG 트윈스 | 1위에서 공동 3위로 추락 - 재반등 후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
| 2026 삼성 라이온즈 | 1위 후 주요 선수 부상 이탈로 1승 9패 - 다시 7연승으로 반등 중 |
결론 - 4~5월 순위표는 예고편, 진짜 드라마는 여름부터다
개막 초반 순위는 시즌의 방향을 어느 정도 암시하지만, 결론적으로 최종 성적과 직결되는것은 아닙니다. KBO 144경기 중 5월 11일까지 치뤄진 지금 시점부터 시즌이 끝날 시점까지 남은 경기가 121경기나 있습니다. 이렇게 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지금 순위로 가을야구를 갈 수 있는지를 단정 짓는 것은 이르지만, 반대로 지금 순위가 전혀 의미 없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페넌트레이스 1위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이 85%를 넘는다는 사실은, 결국 시즌 내내 상위권을 유지하는 일관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줍니다. 지금 순위표를 보며 안심하기도, 포기하기도 이른 5월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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